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2017)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To each his own)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포스터


이렇게 발칙하고 기분 좋은 영화 제목이 있다니!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소개해 준 영화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제목만큼은 머리에 확 꽂혔다. 제목만으로도 꼭 보고 싶었다.


몇 주가 지난 후에 개봉했어야 할 시점이 지났을 것 같은데, 상영관을 찾기 힘들었다. 하루에 한 편 정도 상영하는 것이 전부. 그것도 애매한 시간대에... 극장들은 이 영화의 흥행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게지. 최근 주말 극장가에선 토르만 주구장창 상영하고 있었다.

마침 일요일 아침에 신촌 메가박스에 상영 일정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침 일찍(11시 35분 영화였으나 평소 일요일 아침 활동을 감안하면 몹시 이른 시각임;;;)부터 분주히 준비하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길에 앱으로 예약했다. 9월 중순에 코엑스 헌혈의 집에서 기념품으로 받았던 메가박스 영화 관람권이 있었기에 부담없이 결제를 시도하였으나, 메가박스 관람권은 사용 가능한 장소에 제한이 있었다는 것. 이미 신촌에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하는 수 없이 제값 11,000원을 다 치르고 결제했다.

일요일 점심 시간 즈음해서 170여 좌석이 있는 상영관에 관객은 30명 남짓. 인당 점유율이 몹시 높아 여유있는 이런 분위기가 좋다. 같은 값이지만 내가 더 대접을 받고 영화를 본다는 나만의 만족감.

제값을 치른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영화는 괜찮았다.


영화는 어울리지 않게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해변가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어른과 아이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아오야마 다카시는 대학 졸업 후 어렵게 인쇄광고물을 공급하는 직장에 입사했다. 기대에 부푼 회사 생활과는 전혀 달랐던 경직된 사무실 분위기, 실적에 대한 압박, 자존심을 심하게 자극하는 상사의 폭언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아오야마는 살벌한 취업난을 체험하고 입사했기에 이 회사에 적응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짜증날 정도의 답답한 분위기와 부장의 폭언을 보며 내가 영화 속으로 들어가서 당장 다카시를 끌고 나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어머니가 보내주신 과일들은 먹지도 못하고 썩어가고 있고, 일에 찌든 다카시는 야근 중에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에 짜증을 내며 일찍 끊는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단칸방에 쌓여가는 쓰레기들은 최근에 TV에서 보았던 고독사를 떠올리게 했다.

반복되는 일상 생활, 매일 계속되는 야근으로 지쳐가던 다카시는 전철 역에서 다가오는 열차로 몸을 던진다. 이 때 혜성처럼 등장한 야마모토가 그를 붙잡아서 자살은 피한다. 야마모토는 다카시는 얼굴을 보고 초등학교 친구라면서 격하게 반가워 하며 바로 술 한 잔 하러 가자고 그를 이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본의 아니게 삶을 택하게 된 다카시.


이후 야마모토와의 잦은 만남을 통해 암흑같았던 다카시의 회사 생활에 빛이 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야마모토라는 사람의 정체가 의심스럽다. 초등학교 친구를 통해 확인한 동창 ‘야마모토 준이치’는 그가 아니었고, 다카시는 혼란에 빠진다. 야마모토는 미안하다며 자신이 ‘준’이라고 정정하고 민증도 깐다.

언제나 밝은 모습이었던 야마모토였으나, 다카시는 어느 날 퇴근 길에 몹시 우울하고 축 쳐져있는 그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그를 좇는다. 그의 행선지는 공동묘지. 집으로 돌아온 다카시는 인터넷으로 ‘야마모토 준’을 검색하다가, 얼굴책을 통해 그가 3년 전에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야마모도 준은 첫 직장에서 힘들어 하다가 자살했던 인물이었다. 과연 그의 유령이 나타나 자살하려던 다카시를 구해준 것일까?

다카시는 대형 제과회사와 큰 계약건을 따내며 드디어 첫 영업 실적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가 주문했던 인쇄물에 오류가 있었고, 이는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다. 회사에서 가장 탁월한 영업 실적을 보이던 여사원 이가라시에게 사태 수습 및 해당 계약건이 넘어간다. 다카시는 
본인의 실수로 인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된 것을 괴로워하며 밤이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움에 눈물을 흘린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다카시는 다시 부장으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하고, 전체 직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굴욕을 겪는다. 며칠 뒤 다카시는 제과회사 계약 건과 관련된 남은 자료를 이가라시에게 추가로 전달해 주었으나, 그녀는 필요 없는 것들이라며 오히려 역정을 내며 그를 모욕하고 무시한다.

좌절한 사회 초년생 다카시.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았던 그는 다시 한 번 투신 자살을 시도한다.

이 때 야마모토가 또 다시 슈퍼맨처럼 등장해서 그를 구해준다. 야마모토는 자기만 생각하지 말고 그가 죽으면 더 힘들어 할 가족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다카시는 잠시 마음을 추스리러 부모님을 찾고, 아버지가 직장에서 구조조정으로 자리를 잃은 후에 힘들었던 집안 상황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 동안 연락하고 싶은 것을 여러 번 참다가 그에게 전화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고향에 가서 부모님의 사랑으로 충만해진 다카시는 일상으로 돌아와 아침부터 야마모토를 불러서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하고는 자리를 비운다. 다카시는 회사에 가서 당당하게 퇴직하겠다고 하고, 노발대발하는 부장에게 깔끔하고 통쾌하게 퇴사의 변을 남기고 사무실을 떠난다. 이 때 이가라시가 따라와서 다카시의 첫 영업 실적이었던 발주서는 자신이 고쳤다고 실토하고 회사에 남아달라고 한다. 실적 압박에 시달려서 후배의 실적을 가로채 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비운 다카시는 그녀를 용서하고 나와서 몹시 기뻐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며 가방을 든 어깨를 휙휙 돌리며 즐거워하며 야마모토에게 돌아간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꿈꾸는 사이다같은 장면.

까페로 돌아가니 야마모토는 사라지고 없고, 이후 그의 전화번호로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다카시는 그를 찾아 나선다. 야마모토 준과 야마모토 유라는 쌍둥이 형제가 어렸을 때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야마모토 준’은 첫 직장에서 자살했고, 다카시가 만난 야마모토는 유령이 아닌 ‘야마모토 유’였다. 어느 날 전철역에서 심상치 않은 모습의 다카시를 발견하고 쌍둥이 형제와 같은 비극을 막고자 그를 구해왔던 것이다.

‘유’ 또한 다카시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던, 다카시가 가방을 돌리며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는 모습을 보고 다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바누아투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다카시도 그를 찾아서 섬으로....

그리고 영화는 별 총총한 밤의 해변가를 보여주며 도입부로 연결되며 시작과 끝을 이어주며 마감한다.


원작이 소설이라는데,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도 많지만 나는 재미있게 보았다. 모든 직장인들의 바람을 대리만족으로 보여주었다. 물론 영화처럼 숨막히는 직장 분위기는 아니지만 상당히 공감했고, 다카시의 행동을 보며 나를 돌이켜보고 짧은 시간이나마 반성도 했다.


그러나 다카시가 야마모토를 추적하는 영화 후반부가 길어지면서, 다카시가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올 때의 통쾌감과 그간 가족에 소홀했던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반감시켰다. 원작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반부를 너무 이상적인 방향으로 마무리하려고 한 듯하다.

'귀를 기울이면', '추억은 방울방울' 같은 일본 고전 만화 영화들처럼 관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남겨주는 몹시 바람직한(!) 결말이긴 하지만 괜찮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덧글

  • minci 2017/11/06 23:50 # 답글

    포스터를 그 '그림왕 양치기'님께서 만들었으면 시너지가..케미가 장난 아니었을 거 같네요.
  • 새벽이슬같은청년 2018/04/27 09:39 #

    어떤 그림이 나올지 살짝 감이 오네요. ㅋ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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