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Canada! 일기


(2007년 하반기, 회사 어학 연수로 석 달 동안 캐나다 뱅쿠버에 머물고 돌아온 후에 작성했던 후기)


Oh, Canada!


캐나다에서 돌아온 지 아직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기억 속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인간이 그만큼 환경에 쉽게 적응한다는 뜻일까? 캐나다에 있던 석 달 동안 한국을 잊고 지냈고, 귀국 일정이 다가옴에 따라 일상 생활로의 복귀를 생각하면 일종의 거부감마저 느껴졌는데......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캐나다라는 나라에서 생활하면서 보았고, 느꼈던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첫 날 도착했을 때의 화창했던 날씨와는 달리, 매일같이 비가 내리는 밴쿠버의 지긋지긋한 가을과 겨울. 그렇지만 밴쿠버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새로운 생활을 즐기며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 인재육성팀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1. 캐나다 - 정말 넓은 나라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에 있는 동안 지냈던 밴쿠버(Vancouver)는 브리티시 콜럼비아(British Columbia : BC) 주에 속해 있는데, 이 주의 면적만도 한반도 전체 면적의 네 배가 넘는다. 우리 나라는 이처럼 작은 국토도 냉전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남북으로 나뉘어 있다. 그도 모자라 한반도의 남쪽 일부의 좁은 땅에서 권력을 가져보겠다며 동서로 갈라 지역 감정 운운하고, 수도권에 모든 것을 집중시켜 너도나도 그 곳으로 향하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그러나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한국의 인구가 오히려 캐나다보다 많다는 것.


10월 초에 이 나라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연휴가 있었는데, 이 기간에 록키 산맥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어찌나 땅이 넓은지, 록키까지 이동하는 데에 꼬박 하루가 걸렸다. 한반도를 종단하는 것보다 훨씬 긴 거리를 하루 동안에 이동한 것이다. 이동 중에는 지대가 높아지면서 한 때 광산 지대였던, 사막 지역도 볼 수 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풍경 - 구름 위로 솟아올라 있던 백두산보다도 높은 산들, 숲 속에서 길을 잃으면 야생 동물의 먹이가 될 듯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같은 호수, 수천 년에 걸쳐 쌓인 얼음이 만들어 낸 빙하, 그리고 물 속에는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처럼 에메랄드 빛의 푸른 빙하 호수들. 제 아무리 인간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낸다 할지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이 만들어 낸 작품보다 나을 수는 없는 것 같다.











2. 캐나다 – 다민족 국가. 인종의 전시장이다. 영연방(British Commonwealth)의 주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이민 정책의 결과물인 것 같다.


밴쿠버에 도착하여 가장 놀란 것은, 동양인(중국, 한국,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등)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 밴쿠버의 차이나타운은 북미 대륙에서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크다고 한다. 이를 방증하듯,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에 많게는 절반 가량이 동양인인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오랜 기간 정착해 온 백인들(Caucasian)은 주로 자가용을 이용하고, 밴쿠버에 동양계 유학생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밴쿠버의 시내에서도 백인들보다 동양인을 훨씬 많이 볼 수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인과 일본인이고, 한국 학생들도 그 숫자가 만만치 않다. 특히 랍슨 거리(Robson Street)를 따라 걷다 보면, 즐비한 한국인 상점, 음식점들과 그 앞을 방황하는 한국 학생들을 보면 마치 한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밴쿠버에서 동쪽으로 가면 코퀴틀람(Coquitlam)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 곳엔 한국인 마을도 형성되어 있다. 웬만한 것들은 다 갖추고 있어서, 이 곳에 산다면 영어 한 마디도 쓰지 않고도 캐나다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양인 이외에 많이 볼 수 있는 인종이 히스패닉(Hispanics)이다. 1990년대 중반 NAFTA 체결 이후, 멕시칸들의 이주가 많아지며 라틴 아메리카에서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인디오와 타 인종의 혼혈인 이들은 백인, 동양인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에, 항상 스페인어로 말하는 사람 한 두 명 이상은 볼 수 있다.






3. 캐나다 - 풍족한 천연 자원, 서두르지 말자?


캐나다의 주요 수출 품목이라면, 목재, 원유, 천연가스, 광물, 전력(미국으로 수출), 농수산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나라는 넓은 영토만큼이나 축복받은 지하 자원과 다양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록키 이동 중에 보았던 삼림들을 보면, 나무만 팔아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수십 년은 거뜬히 먹고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비싼 인건비와 너무나도 풍부한 자원의 덕택인지, 제조업은 기반이 약하여 대부분의 제품들은 미국과 중국 등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이주민들이 원주민들을 몰아내며, 백인들에 의한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한 나라이다. 그러나 개척자 정신을 강조하며 제조업에서도 강한 이웃 나라 미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일까? 캐나다 사람들은 좀처럼 서두르지 않는다. 스카이트레인(Skytrain : 밴쿠버 시내와 인근 지역을 운행하는 전철)을 기다릴 때에도, 열차가 만원이다 싶으면 그냥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한국의 지하철이라면 한 명이라도 더 타려고 기를 쓰고 밀치며 타려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로, 내가 묵었던 홈스테이에서 있었던 일이 있다. 거실에 큰 브라운관 TV가 하나 있었다. 내가 머문 지 3주가 되 갈 무렵의 어느 날 저녁, 집에 도착하니 큰 TV는 꺼져 있고, 작고 낡은 TV(내 방에 있어야 할 TV)가 거실에 나와 있었다. 큰 TV가 시청 도중 갑작스레 전원이 꺼지며 고장났다는 것이다. 이후 3주가 넘도록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판매처에서 교체할 부품 수급이 어렵다면서, 만약 석 달 내에 수리를 못하면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했단다. 어느덧 TV가 고장난 지 두 달이 넘어 석 달째로 접어들 고 있을 때에, LG전자의 새 LCD TV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았다. 결국 수리를 포기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보상 교체한 것이라고 한다.




4. 캐나다 – 적극적인 복지 정책이 낳은 하향 평준화?


캐나다는 노후에 살기 좋은 나라인 것 같다. 만일 젊었을 때에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면……


BC주에서는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6%의 PST(Provincial Sales Tax)와 7%의 GST(Goods and Services Tax)가 붙는다. 세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복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다른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기본적으로 일정 기간 거주한 나이 든 영주권자에게는 지급하는 노인 연금과, 직장 생활을 마쳤을 때에 지급하는 퇴직 연금이 있다. 연금 수령액도 상당하여 은퇴 후에도 상당히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매달 월급에서 저절로 공제되어 빠져나가는 ‘많이 내고 적게 돌려받을’ 국민 연금에 노후를 의지해서는 안 되는 나를 포함한 한국 직장인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캐나다에서는 또한 의료보험료를 납부하는 모든 거주자들은 무료 의료 이용의 혜택이 있으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과 약값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유럽의 많은 선진국에서 그러하듯, 적극적인 복지 정책은 국민들을 게으르게 만든다. 밴쿠버에서 발견한 또 한가지 놀라운 점은 노숙자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 밴쿠버 시내에 있으면 노숙자들 - 버려진 캔이나 플라스틱을 수거하며 생활비를 마련하는 건전한 사람들, 바닥에 자리잡고 앉아 마냥 구걸하는 사람들,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데도 거리낌 없이 재떨이에 버려진 담배 꽁초를 줍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 - 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 노숙자 문제가 2010년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밴쿠버의 또 다른 골칫거리라고 한다.


조선소는 한국처럼 부지런히 일하는 근성을 가진 민족에게 적합한 업종인 것 같다. 아직 세계 이곳 저곳 많이 돌아다녀 보지는 않았지만,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한국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것 같다. 먼저 노령화된 선진국들처럼 한국도 지속적으로 복지 정책을 강화할 것이고, 그에 따라 조선업은 차츰 경쟁력을 잃어갈 것 같다.




5. 캐나다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캐나다는 태생부터 철저한 다민족 국가이다. 다양한 민족들이 정착해 살면서 각각의 고유 문화를 유지하기도하고, 일부는 타 문화와 융화하기도 한다. 캐나다에 사는 동안 다른 민족의 사람들과 이권이 걸린 문제로 직접 접촉하여 다툴만한 일은 없었지만, 캐나다에서는 인종 차별을 큰 범죄 중의 하나로 여긴다고 한다. 이는 누구나 캐나다에 살면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반면, 캐나다라는 나라의 특징을 없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캐나다에 잠시 살았지만, ‘캐나다’라고 하면 딱히 떠올릴만한 무언가가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구성한 다양한 문화. 뚜렷한 특징이 없는 나라가 캐나다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Oh, Canada로 시작하는 캐나다 국가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한다.


O Canada!
Our home and native land!
True patriot love in all thy sons command.

With glowing hearts we see thee rise,
The True North strong and free!

From far and wide,
O Canada, we stand on guard for thee.

God keep our land glorious and free!
O Canada, we stand on guard for thee.

O Canada, we stand on guard for thee.


덧글

  • 타마 2017/08/16 08:36 # 답글

    플래쉬가 전멸했네요 ㄷㄷ
  • 새벽이슬같은청년 2017/08/18 21:25 # 답글

    윽. PC에서 포토로그로 삽입한 건데 전부 플래쉬였나보네요;;; 다시 점검해봐야겠습니다. 대부분이 풍경 사진이라 글 단락들과 딱히 연관성은 없었지만...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