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건 부두로 가는 길(The Road to Wigan Pier) - 조지 오웰(George Orwell)


근 1년 여만에 책에 대해 써볼까 한다. 사실 그 사이에 끝까지 읽은 책도 별로 없을뿐더러, 너무너무 게을렀던 탓이리라. 사서 쌓아둔 책은 몇 권 있는데, 오랜 기간 방치해 둔 것들이 수두룩하다. 이 책 역시 상당히 오랜 기간...

경향 신문의 1면 또는 2면에 매일 실리는 '행복한 책 읽기'에 소개되어서 관심을 가졌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영국의 한 진보 단체의 요청으로 영국 북부 광산 로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광부로서의 생활을 체험하면서 기록한 책이다. 원문에 있는 조지 오웰의 유머 감각인지, 아니면 한겨레출판 번역자의 재치있는 번역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몹시 열학한 로동자의 생활 환경에 대해서 심각하게 설명하는데도 웃음이 나오는 구절이 여러 곳이 있다.

자랑스럽게 얘기할 거리는 아니지만, 그 동안 조지 오웰의 책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수능 문제집의 언어영억 지문으로만 일부 봤던 것 같다. 그래서 그저 여기저기에서 주워 듣고,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과 '1984' 등을 통해서 공산주의를 비판한 사람이라고만 얄팍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두 가지의 몹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한 가지는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쉽게 알 수 있던 건데, 내가 너무 무지했던 것 같다.


첫째, '조지 오웰'은 본명이 아니라 필명이라는 것!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란다. 그렇다면 본명과는 완전히 다른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따 왔을까? 나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그건 이 책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조지 오웰은 1903년,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났으나, 돌이 채 안돼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던 가난한 귀족(?) 집안에서 자란 덕택에, 여러 사립 학교를 장학금으로 전전하면서도, 결국은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이튼 스쿨을 어렵게 졸업했단다. 그러나 형편이 되지 않아서 대학 진학 대신, 경찰에 지원하여 자신이 태어났던 인도로 돌아가 버마에서 치안 담당관도 맡는다. 그러나 식민 제국의 국민들을 억압하는 행위에 환멸과 양심의 가책을 느껴 5년만에 영국으로 돌아와서, 런던과 파리에서 '반성'의 부랑자 생활을 겪으면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냈고, 이 때부터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둘째, '조지 오웰'이 사회주의자였다는 것! 이 책에서 조지 오웰은 자신을 '하급 상류 중산층'에 속해 있다고 평가하며, 계급을 초월한 사회주의 정당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 그는 영국 사회에 지역, 재산, 가문, 직업 등에 근거한 차별이 있으며, 이로 인해 은연 중에 형성된 계급 의식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당시는 1차 대전 이후, 각국의 제국주의가 극에 달하며 무솔리니를 중심으로 한 파시즘이 유럽 대륙을 휩쓸고 있었고, 파시즘의 열풍이 영국까지 상륙하고 있을 때였다. 조지 오웰은 부루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각 계층 사이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이론으로만 무장한 겉멋 든 사회주의자들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경고한다. 이들 때문에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대해 실망하고, 그럴싸한 파시즘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고....


이 책은 크게 세 부분 - 광산 로동자의 체험 수기, 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회 비판,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경고 - 으로 나눌 수 있는데,초반의 체험기는 비교적 가볍게(그러나 당시의 실상을 그냥 지나치기엔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읽어나갈 수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무거워졌다. 늘상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과연 내가 비판하려는 대상에 대해서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느냐에 대해 꾸짖는 것 같기도 하다. 자본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민주주의... 용어 자체에 대해 다시 공부해 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위건은 탄광 지역으로서 석탄을 운하를 통해 실어 나르기 위해 조그만 부두가 있었다고 한다. 제목과 달리 책에서는 '위건 부두'에 대한 내용은 단 한구절 등장한다.

'아! 위건 부두는 헐려버리고 이젠 그 자리마저 확실치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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